패션업사이클링

버려진 플라스틱이 옷이 된다? 친환경 원단의 비밀

start-info-1 2025. 6. 17. 10:00

1. 플라스틱 재활용 섬유의 등장: 환경 오염을 줄이는 첫걸음

지구촌 곳곳에서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음료수병이나 포장재로 쓰이는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는 자연 분해까지 수백 년이 걸리며, 바다로 유입될 경우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골칫덩어리인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이다. 폐플라스틱을 고온에서 녹이고 섬유로 가공하는 과정을 통해, 전통적인 석유 기반 섬유보다 훨씬 더 친환경적인 의류 제작이 가능해졌다.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는 기존 폴리에스터와 동일한 기능성과 내구성을 가지면서도, 제작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다.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함으로써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동시에, 기업은 친환경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파타고니아, 아디다스 등이 있으며, 이들은 해양 쓰레기에서 추출한 원사를 활용해 다양한 스포츠웨어를 제작하고 있다. 이처럼 플라스틱 섬유의 재활용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패션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옷이 된다? 친환경 원단의 비밀

2. 에코닐(ECONYL): 해양 쓰레기를 프리미엄 섬유로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서도 특히 해양에 버려지는 폐어망과 산업 폐기물은 생태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이러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해 고급 섬유로 탈바꿈시키는 기술이 바로 **에코닐(ECONYL)**이다. 에코닐은 폐어망, 카펫, 산업용 플라스틱 등을 수거한 후 화학 공정을 통해 순도 100%의 나일론 6으로 재생산하는 기술이다. 놀라운 점은, 이 재생 나일론이 기존 나일론과 완벽하게 동일한 품질을 가지면서도 환경 영향을 대폭 줄인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기업 Aquafil이 개발한 에코닐은 이미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 의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텔라 맥카트니는 핸드백과 수영복에 에코닐을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프라다는 2019년부터 ‘Re-Nylon’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나일론 제품을 모두 에코닐로 대체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처럼 해양 폐기물을 활용한 섬유는 단순한 ‘리사이클링’의 개념을 넘어서, 고급 브랜드에서도 충분히 사용 가능한 ‘프리미엄 친환경 소재’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지속 가능한 패션이 품질을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3. 친환경 섬유가 만들어내는 산업 변화

플라스틱을 원료로 한 친환경 섬유는 단순히 환경 문제 해결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곧 패션 산업 전반에 걸쳐 공급망의 전환을 유도하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제품을 구매할 때 ‘디자인’이나 ‘가격’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가’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섬유는 브랜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지속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기업들은 이러한 친환경 원단의 사용 여부를 제품 라벨에 표시하거나, 생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고 있다. 이는 단지 마케팅 요소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플리츠마마, 누깍, 젠니클로젯과 같은 브랜드들이 리사이클 섬유를 중심으로 한 제품 라인을 선보이며, 윤리적 소비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결국 플라스틱 섬유의 재활용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중요한 전략이 된 것이다.

4.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플라스틱 섬유의 과제

리사이클 섬유가 여러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과제가 바로 미세 플라스틱 문제다. 세탁 과정에서 미세한 섬유 조각이 빠져나와 하수도를 통해 다시 환경으로 유입되는 현상은 리사이클 섬유든 그렇지 않든 공통적인 이슈다. 이에 따라 일부 브랜드는 세탁망 사용을 권장하거나, 미세 플라스틱 방출을 줄이는 신소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현재 재활용 플라스틱 섬유의 대부분은 일회성 리사이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번 옷이 되고 나면 다시 재활용되기 어려운 구조를 의미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섬유의 ‘재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한 생산 설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원단에 대한 기술적 발전과 사회적 관심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환경을 고려한 선택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플라스틱이 자연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자원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