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사이클링

해외 업사이클링 문화 탐방: 일본, 북유럽, 미국의 사례

start-info-1 2025. 7. 12. 19:07

— 지역마다 다른 철학, 같은 지구를 위한 선택

1. 섬세함과 장인정신이 깃든 일본의 업사이클링 문화

일본은 전통적으로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はれ)’라는 사상을 바탕으로 물건의 수명과 감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다. 이 정신은 현대에 들어 업사이클링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창의적인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예로는 ‘누누누 프로젝트(nununu project)’를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폐교에서 수거한 커튼, 체육복, 학생 가방 등으로 새로운 스트릿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며 지역 문화까지 녹여낸다.

또한 ‘케이린(Kirin)’ 브랜드는 중고 유카타나 전통 의복의 원단을 사용해 모던한 재킷, 팬츠, 백팩 등을 만들고 있으며, “낡았지만 특별한 옷”이라는 브랜드 철학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다. 일본은 특히 장인의 수작업을 존중하는 사회이기에, 대량생산보다는 소량 정성 제작 중심의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소비자에게도 제품의 배경과 제작자에 대한 신뢰를 함께 제공한다.

  • 일본: 장인정신, 스토리텔링 디자인, 누누누 프로젝트

2. 윤리적 소비의 일상화, 북유럽의 업사이클링 철학

북유럽, 특히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은 유럽에서도 친환경 소비 의식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곳의 업사이클링은 단지 트렌드가 아닌, 삶의 철학으로 스며들어 있다. 대표적으로 스웨덴의 브랜드 ‘Rave Review’는 빈티지 직물과 중고 의류를 고급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브랜드는 ‘지속 가능성과 아름다움은 양립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컬렉션 전반에 녹여낸다.

핀란드의 ‘Globe Hope’는 병원 가운, 군용 텐트, 자투리 가죽 등을 사용해 가방, 코트, 셔츠를 제작한다. 제품 태그에는 “이 천은 1970년대 군용 텐트였습니다” 같은 스토리가 포함되어 소비자에게 제품의 정체성과 의미를 전달한다. 북유럽 사람들은 단순히 ‘싼 제품’을 찾기보다, 그 제품이 가진 ‘가치와 의미’를 함께 구입하려는 의식이 강하다. 이는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소비 기반을 형성해준다.

  • 북유럽: 윤리 소비, 지속 가능성 중심 브랜드, Rave Review, Globe Hope

3. 창의성과 실용이 만난 미국의 업사이클링 시장

미국의 업사이클링은 보다 대중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대의명분 외에도, DIY 문화가 강한 미국에서는 소비자 스스로 리폼과 재창조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Zero Waste Daniel’이 있다. 이 브랜드는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의류 공장에서 남은 원단 조각들만을 사용해 컬러풀한 스트릿웨어를 제작하며, 모든 제품은 100% 제로 웨이스트로 만들어진다.

또한, 유명 셀럽들도 참여한 ‘Re/Done’은 리바이스 구제 청바지를 고급스럽게 재디자인해 디자이너 데님 브랜드로 거듭났다. 미국 소비자들은 실용성과 개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업사이클링 제품이 합리적이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을 갖추었을 때 큰 인기를 끈다. 또한, 미국에서는 중고 매장을 넘어 ‘업사이클링 전문 쇼핑몰’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많은 청년 창업자들이 이를 기반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 미국: 실용 중심, 셀럽 브랜드, DIY와 대중성, Zero Waste Daniel

4. 지역을 담은 업사이클링: 문화와 디자인의 융합

각 나라의 업사이클링 문화는 단순히 폐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지역이 가진 문화적 배경과 소비 철학, 디자인 감각이 융합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은 정갈하고 섬세한 미감, 북유럽은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접근, 미국은 창의적이고 개성 중심의 실용 디자인으로 각각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업사이클링이 단순한 ‘친환경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메시지이자 창조 행위임을 보여준다. 각국 브랜드들이 자국의 전통 의복, 산업 부산물, 심지어 과거의 실패작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많은 영감을 준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버려진 한복이나 군복 등을 활용한 브랜드가 생기고 있으며, 이제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지역 정체성을 반영한 업사이클링이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 공통점: 업사이클링은 문화와 철학이 담긴 디자인 행위